‘전쟁의 끝 보고 눈 감을 수 있을까’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6.25 한국전쟁 기념식이지만, 23일 터커 제일장로교회에서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멋모른 채 지구의 어느 구석에 있는지조차 모르던 나라의 황량한 전쟁터에서 젊은 날을 보낸 이들은 그 후 70년이 지나도록 자신이 싸운 전쟁의 끝을 보지 못하고 먼저 떠나버린 전우들을 대신해 ‘종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두 한국이 통일되리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상상만 같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벤 말콤 예비역 미 육군 대령은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은 역사적인 순간을 페이엇빌 자택의 거실에서 지켜보며 눈물 섞인 박수를 쳤다. 말콤 예비역 대령은 미 극동사령부의 첩보, 게릴라 부대 소속으로 북한에 잠입해 정보활동과 게릴라 공격으로 악명을 떨쳤던 백호 부대의 군사고문 출신이다. 그는 “지금도 한국에 있는 게릴라 전사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모두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감격과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고든 셔먼 미군 한국전쟁 참전용사회 조지아 지부장은 “평화와 개방이 북한 사람들에게 어떤 경제적, 사회적인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크다”며 “제대 후 수십 년간 난민 정착과 관련된 일을 해왔는데, 한국 사람들처럼 근면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북한 사람들도 특유의 근성을 가지고 있다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심만수 6.25 참전용사 국가유공자회 애틀랜타 지회장은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이들은 그 수가 점점 줄고 있다. 자유를 위한 우리의 투쟁과 희생이 잊히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기도하고 노력하자”고 축사했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남부지회(회장 이희우)가 주최한 6.25 전쟁 제68주년 기념식에서는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손환 동남부 한인회 연합회장, 김형률 민주평통 애틀랜타 협의회장, 이춘봉 월남 참전 용사회 회장 등이 축사를 전했다. 이희우 회장은 이날 고든 셔먼 지부장과 말콤 에비역 대령에게 감사패를 전달했고, 킴와 조지아, 애틀랜타 한인 색소폰 클럽 등이 봉사했다. 조현범 기자